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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안경

급한 번역에 쓸 AI 안경, 네 대를 다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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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레이밴 2세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로키드, 큐웬. 말이 안 통해 답답한 자리에서 실제로 써 보고 남깁니다. 결론부터 적자면, 디스플레이가 없으면 오래 못 씁니다.

번역이 급한 심정은 겪어 본 사람만 압니다. 말이 안 통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답답합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AI 안경을 되는 대로 써 봤습니다. 메타 레이밴 2세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로키드 글래스, 그리고 큐웬 안경입니다.

디스플레이가 없으면, 짜증나서 못 씁니다

결론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쪽이 가볍고 값도 쌉니다. 그런데 오래 못 씁니다. 상대가 말하는 중에 오픈이어 스피커로 내 언어가 흘러나오면, 그만큼 헷갈리는 것이 없습니다. 눈앞의 입과 귓가의 목소리가 어긋난 채로 겹칩니다.

상대의 언어를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다면 이쪽이 맞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금이라도 알아듣는 경우입니다. 보조 도구로 쓰려는 순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메타 레이밴 2세대는 생각보다 자주 끊깁니다. 노래를 듣다가 멈추는 것과는 다릅니다. 번역을 듣다가 뚝 끊기면 대화의 그 대목이 통째로 날아갑니다. 되묻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 디스플레이 버전은 무엇이 좋은가

들으면서 동시에 자막을 볼 수 있다는 것, 이 하나가 큽니다. 귀가 놓친 것을 눈이 잡고, 눈이 놓친 것을 귀가 잡습니다. 전반적으로 이해가 잘 되고, 훨씬 편합니다.

대신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무겁습니다. 오래 걸치고 있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같이 오는 손목 밴드로 조작하는 것은 아주 편합니다. 손목에서 읽히는 신호로 움직이기 때문에, 안경을 만지지도 않고 소리를 내지도 않고 넘기고 멈출 수 있습니다. 조용해야 하는 자리에서 이 차이가 큽니다.

착용감은 로키드와 큐웬이 좋습니다

무게와 착용감만 놓고 보면 로키드와 큐웬이 좋습니다. 둘 다 오래 걸치고 있어도 부담이 덜합니다.

다만 큐웬에는 걸림돌이 하나 있습니다. 중국 번호가 없으면 아예 못 씁니다. 기기를 구해 와도 개통 단계에서 막힙니다. 여기서 후보에서 빠지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메타 레이밴 2세대
가볍습니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없어 소리끼리 겹쳐 헷갈리고, 생각보다 자주 끊깁니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자막을 함께 봐서 이해가 가장 낫습니다. 무겁습니다. 손목 밴드 조작은 아주 편합니다.
로키드 글래스
착용감이 좋습니다.
큐웬 안경
착용감이 좋습니다. 중국 번호가 없으면 쓸 수 없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배운 것

저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안경을 만듭니다. 번역은 저희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에 겪은 것이 저희 일과 정확히 겹칩니다. 귀로 들어오는 말이 눈앞의 상황과 어긋나면, 도구는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됩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언제 말하지 않을 것인가가 먼저입니다.